근황
'크래프톤 정글'과 같은 부트캠프를 수료한 사람의 근황이라 하면 아마도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고 있다는 내용일것이다.
정확히 들어맞았고 나 역시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고 있다.
크래프톤 정글은 한달에 한번꼴로 협력사에서 취업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내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줬던 기업이 있었다.
그때 발표하시던 분에 따르면 기업의 가장 큰 가치를 성장으로 설정하고, 3년뒤엔 어디든 갈 수 있는 개발자를 키우는게 목표라고 하셨다.
처음엔 이 말을 듣고 이게 대체 무슨말인가 싶었다. 자고로 기업이라고 하면 당연 이윤을 추구하는게 정상 아닌가?
단순히 이상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설명해주시는 팀장님의 눈빛엔 확신이 담겨있었고, 이는 해당 기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누구나 큰일 낼 수 있어' 라는 슬로건이 대문짝하게 걸려있었다. 이 슬로건은 방탈출 카페 장업이라는 '큰일'을 내본 나에게 빠르게 날아와 깊숙하게 박혀버렸다.
그때부터 어쩌면 '그 팀'에 합류하게 되는게 내 정글의 지표가 되어 이를 악물고 성장에 집착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주어진 바에 충실하며 성공적으로 파이널 프로젝트 '나만의 무기 만들기'를 마치고 정성것 이력서를 작성하고 회신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림이 무색하게 다른 동기들에겐 1차 회상 면접 일정을 알리는 메일이 도착했지만 나는 이 메일을 받지 못한것이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이력서를 확인해보니 멍청하게도 내 연락처를 빼놓고 작성된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해 메일을 발송했다.
만약 내 역량 부족으로 제안을 받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찜찜함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너무 가고싶었던 기업이여서 실례를 무릅쓰고 메일을 전송했다.
결과는 화상 면접 일자를 정해달라는 메일을 회신받았고 그렇게 1차 화상면접, 2차 최종 기술면접까지 순식간에 지나갔다.
뭐... 결과는 불합격이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씁쓸하네
다른 동기들은 2시에 불합 메일을 받았지만 나는 오후 5시 30분쯤에 불합 메일을 받았다.
왜 나는 메일이 안오지? 혹시 합격인가? 하는 설레발에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었던 것 같다.
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려 대상에 위치해있었다는 짐작 때문일까.
다른 기업의 불합메일을 받았을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꼈던것 같다.
정말로 아쉬웠지만 이대로 주저앉아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이력서를 다듬고, 또 여러 회사에 지원했다.
그러던 와중 면접에 참여했던 개발 팀장님에게 문자 메세지가 왔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면접에 임했던 태도와 역량을 높게 평가해주셨고, 팀에 합류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제안해주셨다.
솔직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우쭐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흥하는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에게 다시 주어진 기회를 얼레벌레 놓쳐버릴 생각은 절대로 없다.
끝까지 몰아치고 또 끊임없이 증명해 내가 바라던 이상향을향해 달려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