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직 그리고 위기감

전낙타 2026. 3. 7. 23:31

내 커리어는 더럽게 꼬였다.

백엔드 개발자를 꿈꾸며 공부했지만, 첫 커리어는 데이터 엔지니어였다.
1년간 근무한 뒤 지금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이직까지 했다.
메뚜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경로다.

 

물론 정말 가고 싶었던 팀스파르타에 합류하게 되었고, 포지션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가장 크게 위기감을 느끼는 건 따로 있었다.
'전문성의 부재'.
이것저것 찔러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정체성이 흐릿해졌다.
개발자의 본질을 잊고 직장인으로서의 자아만 비대해져서, 개발자로서의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까지 가버렸다.


훌륭한 동료를 만나서야 내 위치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다.
Next.js에서 특정 컴포넌트를 SSR Props로 처리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화제를 다른 동기에게 돌렸는데, 그들은 내가 처음 듣는 개념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SSR, SSG, ISR... 그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원인은 명확했다. AI에 의존해 AI가 도출한 결과물을 '내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저 AI를 잘 쓰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내 안에는 아무것도 쌓이지 않았다.
AI Wrapper Human이 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그동안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왔다.
그게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발자'로서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바보 멍청이 한 명만이 남아 버린 것이다.

훌륭한 동료들 덕분에 내 위치를 깨달았다.

다행히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내 조직은 도전과 배움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

여기서 장애물은 나약한 내 의지와 정신력뿐이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더 이상 알맹이 없는 인간이 되고 싶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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