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최근까지 나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코딩 자체는 분명 즐거운 일이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깊게 파고들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 채, 그저 눈에 보이는 기술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그 결과, 원래 세웠던 학습 계획은 무너졌고, 사용하고 있던 기술 스택마저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렀다.
매일 풀던 알고리즘 문제나 사이드 프로젝트조차 더는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원인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줄곧 혼자 개발해왔고, 오직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개략적 구상과 간단한 플로우차트, API 명세 정도가 있으면 바로 구현 단계로 들어갔고, 발생할 수 있는 예외 상황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비록 SOLID, OOP 같은 개념은 익히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 코드에 아름답게 녹여내는 방법이나 견고한 구조를 만드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그저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그렇게 무관심하게 짜인 코드는 결국 곳곳에서 잔잔한 회귀 버그를 일으켰다.
"분명 고려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문제가 생기는 걸까?" 하는 의문 속에서, 의존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코드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 사이 나는 내가 머리로만 생각하던 아키텍처들이 사실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전환점은 뜻밖에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작스레 서류 합격 소식을 받았고, 해당 기업은 테스트 코드와 DDD를 바탕으로 견고한 코드에 가치를 두는 기업이였다.
과제형 코딩 테스트에서 이를 보여주기 위해 아무런 기반지식이 없었던 나는 해당 개념에 대한 숙지를 사흘 만에 소화해야 했다.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최종 결과물은 DDD를 제대로 구현했다고 볼 수 없는 미완성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며 머릿속 아키텍처를 정리하고, 그 결과물로 도출되는 견고한 코드를 바라보는 순간, 그동안 놓치고 있던 가치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불과 사흘 간, 그것도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훑어본 테스트 코드 작성법과 DDD 개념만으로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선명히 드러났다.
마치 무협지에서나 보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제 나는 단순한 기능 구현이나 알고리즘 풀이가 아닌, 그 너머의 설계와 구조, 그리고 코드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을 바라볼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은 내게 중요한 기회였다.
비록 계획했던 공부가 어그러지고, 스택 또한 중구난방인 상태였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방향성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개념들을 코드로 표현하고, 이를 견고히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 진정한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비록 결과가 불합격이래도 상관없다.
방향성은 잡혔고, 다시금 폭팔적인 추진력으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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